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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면 스스로 돌아올 것" (건설경제-2020.05.04)
  • 작성일2020/05/04 17:04
  • 조회 1,421
[인터뷰] 베트남 진출 2년…현동명 컨코스트 대표의 선택과 고민

지난 2018년 국내 건축수량 산출(적산) 전문회사 3곳이 동시에 베트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적산회사 특성상 싼 임금을 찾아 베트남에 둥지를 튼 것이다. 하지만 3개사 중 2곳은 1년을 못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반면 나머지 1곳은 베트남 진출 2년여 만에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유턴 기업과 해외 진출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국내 유턴 기업 활성화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베트남 시장 안착에 성공한 기업은 바로 국내 1위 공사비 컨설팅 회사인 ㈜컨코스트다. 이 회사가 베트남을 선택한 이유와 한국으로 유턴할 수 없는 배경은 같다.

   

현동명 컨코스트 대표(사진)는 “한국은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인상, 기술 인력 유출 등 중소기업이 살아남기엔 너무 힘든 환경”이라며 “사람 기반 용역서비스가 이윤을 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컨코스트는 2018년 3월 ‘1호 직원’을 시작으로 베트남 현지 법인에 6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2년여 만에 국내 본사 직원(30여명)의 갑절이 됐다.

비결은 인건비다. 올해 베트남 대졸 초임 직원의 급여는 월 40만원선. 4년제 대졸 초임 월급이 200만원선인 한국의 5분의1 수준이다. 한국에서 직원 1명 뽑을 비용으로 베트남에선 5명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베트남은 주 52시간제와 같은 노동시간 규제 대신 초과근무시간제를 더 확대하고 있다. 노동집약적 중소기업들의 베트남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턴 기업은 왜 베트남을 떠났을까. 현 대표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낮은 생산성에 발목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고도성장 중인 베트남은 연평균 임금 인상률이 20∼25%에 이른다. 최저임금도 해마다 10% 이상씩 뛰고 있다. 10년 전 20만원선이던 대졸 초임 월급이 지금은 40만원이 됐고, 앞으로 5년이 지나면 60만∼80만원선으로 뛸 전망이다.

낮은 생산성도 골칫거리다. 컨코스트의 경우 한국 직원 대비 베트남 현지 직원들의 생산성은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 대표는 “베트남 직원들은 일은 열심히 하는데 결국 마무리는 한국 직원들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현지 직원에 대한 교육ㆍ관리를 책임질 한국 직원에 대한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다. 한국보다 2∼2.5배 수준의 급여를 더 줘야 한다. 언어 소통과 도제식 기술 교육 등 최소 2년 이상 투자 없이는 성과를 내기 힘든 구조다.

베트남 특유의 가족 제일주의로 인해 이직률이 높아 필요 인력의 50% 이상을 더 보유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배운 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한국의 사정과 내용만 다를 뿐 결과는 비슷하다.

현 대표는 “베트남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그렇다고 베트남 법인을 무작정 늘릴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야근 많고, 급여 짜다’는 인식이 있어 여전히 좋은 직원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집약적인 단순업무는 베트남에서, 고도의 기술업무는 한국에서 처리하는 분업화 전략이 그의 결론이다.

현 대표는 “유턴기업 지원책은 미봉책일 뿐”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기업들이 스스로 유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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